사진가 엄효용, 그의 하늘 사진은 우리가 지나치던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하늘을 바라보는 데에는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면 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풍경을 매일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는 대개 가야 할 곳을 보느라, 지금 머리 위에 펼쳐진 세계를 놓친다.
사진가 엄효용은 그 지나치기 쉬운 풍경을 오래 바라보아 온 사람이다.
그의 ‘2023년 365 하늘 캘린더’ 소개에 따르면, 하늘을 촬영하기 시작한 날은 2009년 6월 25일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1년 한 해 동안 담은 하늘을 2023년의 달력으로 엮었다.
지나간 날의 빛이 앞으로 살아갈 날의 곁에 놓이는 셈이다.

하늘이라는 말이 품고 있는 거리
우리의 말 속에서 하늘은 여러 모습으로 존재한다.
날씨를 살필 때는 가장 가까운 일상의 풍경이지만, 꿈을 이야기할 때는 쉽게 닿을 수 없는 높이가 된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에는 그리움을 향하는 방향이 되기도 한다.
하늘이라는 한 단어 안에 오늘의 생활과 먼 이상, 남아 있는 사람의 마음이 함께 들어 있다.
엄효용의 사진을 이 말의 결 위에서 바라보면, 멀리 있는 것을 가까운 삶으로 불러오는 작업처럼 느껴진다.
하늘을 사진 한 장에 담는 순간,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공간은 우리가 잠시 머물러 볼 수 있는 풍경이 된다.
책상 위에 놓인 작은 하늘 앞에서 하루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그가 소개 글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자신을 지탱하는 경험으로 설명한 것도 이와 연결된다.
아름다운 풍경을 수집하는 행위에는, 흔들리는 날에도 시선을 둘 곳을 마련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엄효용 — 반복해서 바라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
같은 곳을 바라보아도 매일의 하늘은 다르다.
어제 구름이 머물렀던 자리에 오늘은 빈 빛이 있다.
어느 날에는 흐린 기운이 오래 남고, 어느 날에는 짧은 노을이 하루의 기억을 바꾸어 놓는다.
익숙한 창밖이라고 해서 이미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 차이를 알아보려면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엄효용의 작업에서 내가 읽는 힘은 바로 그 ‘다시’에 있다.
한 번의 눈부신 장면을 만나는 일보다, 눈부시지 않은 날에도 시선을 거두지 않는 태도다.

사진을 찍는 일은 그렇게 시간에 구체적인 표정을 부여한다.
달력에는 같은 크기의 칸으로 놓이는 하루들이 사진 속에서는 서로 다른 빛을 갖는다.
지나고 보면 별일 없었다고 여겼던 날에도, 그날만의 하늘은 있었다.
우리 삶 역시 무심히 한데 묶어버리기에는 저마다 다른 무늬를 지녔을 것이다.
저 높은 곳을 향해, 오늘의 자리에서
나는 그의 하늘 앞에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을 생각한다.
가고자 하는 곳, 찾고자 하는 이상은 저리 높은데, 우리는 여전히 땅 위에서 하루를 살아간다.
꿈과 생활 사이의 거리가 유난히 멀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어디쯤 왔는지 알 수 없고, 바라보는 방향이 맞는지조차 자신하기 어려운 날이다.
그럴 때 매일 다른 하늘을 담은 사진들은 서둘러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오늘을 한 번 더 바라보게 한다.
어제와 비슷해 보이는 하루에도 달라진 것이 있고, 아직 알아보지 못한 가능성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건넨다.
엄효용의 사진을 보며 나는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바라보는 곳이 같아도 매일의 하늘은 다르다. 가고자 하는 곳과 찾고자 하는 이상은 저리 높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당신이 끝내 자신만의 길을 발견하고, 바라던 곳에 반드시 닿기를 바란다.
그곳을 찾아가는 동안에도 고개를 들어보기를.
도착한 날의 하늘만큼이나, 걸어가는 날들의 하늘도 오래 기억해주기를.
사진가가 남긴 작은 프레임 앞에서, 나는 오늘의 하늘을 다시 바라본다.
작가의 작업 배경은 365 하늘 캘린더 프로젝트 소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사진과 이야기는 itok의 사진 이야기에서 이어진다.
